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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보기] 9년 만에 바뀌는 단통법…전국민 '호갱' 벗어날까 (2023-06-22)

보도자료
Author
KMDA
Date
2023-10-05 20:53
Views
318

[깊이보기] 9년 만에 바뀌는 단통법…전국민 '호갱' 벗어날까

입력
  
 수정2023.06.21. 오후 6:52
 기사원문
정부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 일명 '단통법'을 개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드디어 바뀝니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방통위와 판매점 추가지원금을 올리기로 협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공시지원금의 15%인 추가지원금 한도를 두 배인 30%로 올리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2014년 단통법이 도입된 지 9년 만입니다.

그럼 이번 조치가 통신사 배불리기 지원법이자 전 국민을 호갱(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낮잡아 이르는 말) 법이라는 악명을 떨치던 단통법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을까요? 하나하나 따져보겠습니다.

단말기 유통법 취지를 안내한 설명자료〈사진=연합뉴스〉

단통법 “소비자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자”

단통법 시행 이전에 이동통신 3사는 누구나 휴대전화를 갖는 시장포화로 신규고객이 줄어 들자 경쟁사 고객을 빼앗아 오는 마케팅에 집중했습니다.

이통사는 제조사의 공시지원금에 더한 추가지원금 경쟁을 통해 고객유치에 나섰는데요. 번호이동 고객을 유치하는 대리점에 거액의 판매장려금을 지원했고 대리점은 이 자금을 추가지원금으로 푸는 구조였습니다. 이런 판매장려금은 단기간 유치 실적을 올리기 위해 속칭 '성지'로 불리는 곳에 기습적으로 뿌려졌는데요. 모든 가입자에게 똑같이 줘야하는 공시지원금은 10만 원씩만 늘려도 수백억, 수천억 단위가 들지만 불법 리베이트를 살포하면 100억이 되지 않는 비용으로 똑같은 가입자를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소비자가 가입유형이나 지역, 구입 시점에 따라 보조금을 제각각 받다보니 똑같은 휴대전화를 누구는 원가로, 누구는 반값이나 공짜로 얻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도입된 게 단통법입니다. 2014년 10월 시행된 단통법은 신규가입이나 기기변경 등의 가입 유형에 따라 보조금을 다르게 지급하는 것이 금지하고, 단말기 출고가와 보조금을 공시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여기에 가입자가 받을 수 있는 공시지원금(2017년 일몰폐지)을 제한하고 대리점은 공시지원금의 15% 한도로만 추가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고객이 호갱 되는 휴대폰 시장...왜 그렇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영상보고서 〈사진=KISDI

모두가 비싸게 휴대전화 구매하는 전 국민 '호갱법'

이렇게 시작은 “누구나 단말기 가격과 지원금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같은 가격에 휴대전화를 살 수 있게 하겠다”는 단통법.

단통법의 취지는 좋았습니다. 정부는 단통법이 시행되면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경쟁에 들어가는 돈이 줄면서 여유자금을 요금제 가격 경쟁에 투입해 통신비가 낮아 질거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아주 달랐죠. 이통사들은 경쟁보다는 '다 같이 돈 쓰지 말자'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2014년에는 번호이동하는 고객이 1030만 명이나 됐지만 단통법 시행 이후인 2015년에는 약 770만 명으로 줄었고 지난해는 480만여 명으로 떨어졌습니다.

그 사이 이통3사 마케팅 비용이 8조8220억 원(2014년)에서 7조8천억 원(2022년)으로 줄며 이통사들을 순이익을 더 많이 올렸습니다. 정부가 경쟁을 불법이라고 규정한 만큼 합법적으로 무한 지원금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죠. 결국 이통사가 쓰는 돈을 줄이면서 모두가 공평하게 비싸게 휴대전화를 사는 상황이 된 겁니다. 취지는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것이었지만 전 국민을 호갱으로 만드는 법안이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JTBC 캡처

단통법 바뀌면 휴대전화 싸게 살까?

하지만 이번 단통법 개정이 과거처럼 공짜폰 대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단통법 시행 전에는 단말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은 물론 LG전자와 팬택 등 다양한 경쟁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지면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과점시장이 됐기 때문이죠. 과점체제로 제조사의 공시지원금이 제한된 상황에서 공시지원금을 기준으로 올리는 추가지원금 한도를 두 배로 올린다고 해도 휴대전화 가격대비 푼돈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100만 원짜리 휴대전화를 사는 경우, 제조사의 평균 공시지원금을 30만 원으로 가정하면, 현행 공시지원금의 15%(30만원 기준 4만5천원)인 추가지원금이 두 배 오른다고 해도 9만 원(4만5천원×2)을 더 주는데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보통 대리점에서 지원금을 더 받는 조건으로 비싼 요금제를 쓰도록 유도하는 만큼 통신비 절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저가 알뜰폰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이통사간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결국 이번 단통법 개정으로 이통사 간 경쟁이 촉진되거나, 휴대전화 가격이 극적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더 큰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입니다. 황동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통신위원장은 "단통법은 이통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만든 규제다"면서 "단통법 시행 이후 실질적 경쟁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만큼 제한적으로 지원금 한도를 높이는 것보다는 폐지나 혁신적 개선안을 통해 시장에 충격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