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 사이에서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인 리브모바일(Liiv M)이 실효성 있는 ‘규제안’이 없어 출혈 경쟁을 야기하는 등 생태계의 건정성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정보통신업계에 따르면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금융위원회(금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국민은행 알뜰폰 사업 관련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KMDA는 리브모바일이 알뜰폰 시장에서 명확한 규제가 없어 적극적인 공세가 가능했다며, 리브모바일이 시장에서 지속적인 잡음을 야기해왔고 생태계 교란 가능성이 높음에도 금융위는 제어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내용이 골자다.
리브모바일은 지난 2019년 국민은행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 받은 후 운영 중인 알뜰폰 사업이다. 가입자에게 본인확인 절차 간소화 및 인증서 하나로 금융·통신 거래가 모두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KMVNO 알뜰폰 전용카드를 출시해 알뜰폰 고객에게 카드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이용자는 통신요금을 자동이체하면 전월 실적에 따라 최대 1만7000원의 청구 할인을 받을 수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리브모바일은 ‘고객 친화’를 내세우는 등 공격적인 움직임으로 2021년 가입자 10만명에서 2023년 2월 기준 40만명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고객 만족도 또한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 하반기까지 3회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KMDA는 "금융위가 직무유기 중이기에 이토록 성장할 수 있었다"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4월 12일 서비스 지속을 위해 규제개선 요청을 수용하기로 했으며, 알뜰폰 서비스를 은행 부수업무로 신고할 경우 공고를 통해 법령 등을 정비할 예정이라고 밝힌 후 알뜰폰협회와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하며 의견을 경청했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규제안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때문에 업계에선 공정경쟁을 위한 규제 장치가 미흡하며 알뜰폰 은행 부수업무 지정 관련해 금융위가 심판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KMDA는 “부수업무 지정 관련해 은행법이나 시행령 개정, 금융위 홈페이지 공고 등 다양한 방법을 채택할 수 있었다”며 “국회 등이 합의 도출을 위한 조정자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과기정통부가 통신3사(SKT·KT·LG U+)와 달리 은행의 알뜰폰 사업을 적절히 규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KMDA의 공개질의서에 따르면 리브 모바일은 적은 규제 속에서 24개월 할인을 제공하며 사실상 도매대가 이하의 요금제를 고객에게 제공하며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중소 알뜰폰 사업자는 평균 6~7개월 정도의 단기적 할인을 제공 중이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리브 모바일 사업을 규제하기엔 시기상 알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중소 사업자를 보호하기보다는 알뜰폰 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이동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의 경우 ‘건전 생태계 구축’을 내세우며 규제하고 있다. ‘알뜰폰 시장 지배’를 방지하고 중소 사업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도매대가 이하 판매 금지 △시장점유율 제한 △영업망 공유 금지 등 등록조건을 부과했다.
KMDA는 “(통신3사 자회사의) 점유율 제한이 통신시장 생태계 건전성 차원에서 검토 중인 것이라면 거대 은행의 시장점유율 제한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며 “거대 은행을 시장에서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규제 장치를 만들어 중소 이동통신 유통업체·알뜰폰 사업자들이 건전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주장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시장은 중소 사업자들이 대다수다. (리브 모바일이) 도매대가 이하로 판매해 출혈 경쟁을 야기했다. 단기적으로 보면 고객들이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자본력이 있는 사업자만 남을 것”이라며 “산업 생태계의 지속성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이동통신 자회사와 유사한 수준의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업계의 주장이 단편적이고 ‘흑백논리’라며 동의하기 어렵다고 보고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동통신 자회사가 규제를 받는다고 거대 자본이 당연히 규제를 받아야하는 것은 아니다. 알뜰폰 사업은 통신비 인하와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를 진입시켜 경쟁을 촉진시키는 것이 주 목적이다”라며 “(이동통신 자회사는) 2014년부터 시장 규모를 키우는 역할을 잘해왔지만, 100% 자회사이기에 영업전략 상 함께 움직이기에 ‘경쟁 촉진’에 부합하지 않아 규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공정 행위나 문제점으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 검토할 수 있지만, 리브 모바일의 경우 정책 방향성에 위배되지 않는다. (리브 모바일에) 이동통신 자회사와 동일한 규제를 해야한다는 중소 사업자들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